바다의 습격

사라지는 백사장

남극의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단순히 ‘얼음이 물이 된다’는 수준을 넘어서,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과 기후시스템의 교란, 그리고 해양 생태계·인간 사회에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해수면 상승과 관련한 리스크에 매우 취약한 국가 중 하나다.

열 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

지구가 흡수하는 열의 약 90% 이상은 바다에 저장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가 뜨거워지면서 물의 부피가 커지고, 이에 따라 바닷물의 표면이 높아지는 해수면 상승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바로 ‘열 팽창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지난 2021년에 IPCC의 제5차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8.5)를 적용해서 분석한 결과,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 5-8.5)에서 해수면 높이는 2050년까지 25cm, 2100년에는 82cm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래로 갈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짐을 의미한다.

강원도 속초 장사항

해수면 상승에 따른 백사장의 변화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 등의 영향으로 인해 백사장 면적이 줄어들면서 지자체에선 어민과 상가 주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백사장에 테트라포드와 같은 방파제를 설치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횟집 영업을 해온 김동진 씨는 “어릴 때는 바다가 저기 ~ 멀리 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요 앞까지 다가오더라.
태풍이 오거나 하면, 가게 앞 도로까지 파도가 덮친다. 방파제가 없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래가 사라진 해변

백사장은 단순히 해수욕장의 멋과 정취를 높여주는 곳이 아니다. 모래가 쌓여 조성된 백사장은 태풍이나 해일 등의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육지 보호구역인 셈이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해양구조물 설치 등의 영향으로 국내 해안가의 연안침식 현상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동해 남항진해변
동해 강문해변
바닷물에 빼앗긴 앞마당

인천 옹진군의 섬 덕적도 북리2리 이장인 김영길 씨.

이곳에 산 지 20년째라는 김씨는 “예전엔 대조기 때도, 이렇게까지 바닷물이 차오르지 않았다”며 “바닷물 수위가 이전보다는 훨씬 높아졌고,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상변화도 잦아졌다.
바닷물이 많이 차오를 때, 집중호우가 겹치면 많은 주민들이 침수 걱정을 한다. 섬에 살다 보니 불안이 더 크다”고 전했다.

“해수면 1.1m 높아지면
여의도 172.94배 국토 잠긴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 도시의 침수 위협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저감 없이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RCP 8.5), 2050년에 국내 해수면이 40cm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여의도 면적의 88.55배가 바닷물에 잠기고 약 4,037명으로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준 아래, 2100년엔 해수면이 1.1m 오른다. 이 경우, 여의도 면적의 172.94배인 501.51㎢의 국토가 사라지고, 3만7,334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재난연구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예방대책만으로는 기후변화
재해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해 대응 연구 분야에선 리질리언스(Resilience, ‘복원력’)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복원력’ 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적응하며 회복하는 능력이다.

기후변화 위협에 ‘저항’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우리는 그 위협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