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외침

빙하가 울고 있다

하얀 남극이 사라지고 있다.

하얀색 눈과 빙하로 뒤덮인 남극은 이제 옛말이다.
눈이 녹아내린 자리엔 시커먼 땅이 드러났다.
그 틈을 비집고, 이끼와 풀이 자라나며 ‘녹색화’가 빠르게 진행중이다.
‘빙하의 눈물’이 만들어낸 ‘녹색의 역습’이다.

‘얼음의 땅’ 남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세종기지에서 체험한 남극은 바람은 거세고 땅은 메말라 있었다. 체류하는 동안 눈보다 비를 더 많이 만났고, 눈이 녹아내린 대지는 초록 이끼로 가득했다.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현장이었다.”

2007년 남극 세종기지에서 첫 월동을 시작해 다섯 번째 월동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세종기지 제38차 월동연구대 이성수 기계설비 대원은 “예전에는 여름이라도 맨땅이 드러나는 일은 드물었다”며 “요즘은 정말 눈이 많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세종기지에서 1988년부터 측정한 기온 변화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엔 13.9°C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연도별 평균 기온에서도 연(年)마다 다소 등락의 차이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남극이 ‘더 더워지고, 덜 추워지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르르 꽝” “우르르 꽝”.

남극세종과학기지가 위치한 킹조지섬의 마리안 소만(Marian Cove) 빙벽이 무너져 내릴 때
바다와 부딪쳐 생기는 파열음이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실제로 체감하는 순간이다.

남극세종과학기지 인근
'마리안 소만' 빙하 후퇴 현황

위성 서비스 토탈 솔루션 기업인 ‘텔레픽스’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마리안 소만 빙벽은 2016년 1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420m나 뒤로 물러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축구장 4개 이상을 일렬로 놓은 길이에 해당한다. 이 기간 동안 소실된 단면적은 약 1.6㎢로, 축구장 약 224개가 바다로 사라진 셈이다.

남극 해빙면적의 변화

[출처: NASA Scientific Visualization Studio]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8년간 남극에서는 해마다 약 1,200억 톤의 빙하가 사라졌다.
그중 약 70%는 서남극 지역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종기지가 위치한 서남극이 동남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