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계절의 동물들
“남극 기후재난의 피해를 직격으로 받는 것은 이곳의 원주민들,
즉 펭귄을 비롯한 남극 생물들이다.
실제 기후변화로 인해 펭귄의 개체수나 서식지 등이
이전과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턱끈펭귄은 12월 20일쯤부터 새끼가 부화한다.
하지만 지난해엔 12월 15일쯤부터 부화를 시작했다.
기후 변화로 남극의 여름이 일찍 찾아오면서 부화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턱끈펭귄의 평균부화일은 매년 0.66일씩 빨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체수 변화도 주목된다. 2018년~2019년 기간 동안 펭귄 둥지 수가 가파르게 감소했는데, 당시 킹조지섬 지역의 온도는 12월 1.47°C였다.
펭귄의 개체수가 늘기 시작했던 2012~2013년 12월 기온인 0.79°C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턱끈펭귄보다 개체수가 훨씬 적었던 젠투펭귄 숫자는 늘어났다.
1985년 기준 펭귄마을에서 서식하던 젠투펭귄의 둥지는 500~600개였다.
하지만 2008년과 2009년을 기점으로 개체수가 급증해 2016~2017년 둥지 수는 2,604개까지 늘었다.
아델리펭귄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다.
이들은 얼음이 가득한 남극에서 살아야하지만 최근 빙하가 녹으면서 사진처럼 푸른 이끼들판에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델리펭귄은 주요 펭귄 3종 중 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며 “뿐만 아니라 사냥·이동·휴식에 해빙(海氷)이 필수이기 때문에 해빙이 없는 지역은 생존에 매우 불리하다. 남극반도의 온난화가 가속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남극에서 아델리펭귄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경고했다.
기온이 상승하는 남극은 질병 확산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이다.
외부 대륙과 남극을 오가는 물새들이 내륙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남극에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남극의 펭귄 등 조류뿐만 아니라 다른 포유동물들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남극 해양생태계가 흔들리는 현상은 지구 전체 바다의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종이다. 남극에서 시작된 이 작은 균열은 곧 전 세계 바다로, 그리고 우리의 삶까지 번질 수밖에 없다.

일찍 부화한 턱끈펭귄, 북쪽으로 떠나야 하는 젠투펭귄, 먹이를 찾아 먼 바다로 가는 아델리펭귄,
그리고 낯선 바이러스에 쓰러진 스쿠아와 물범들.
모든 생명이 제자리를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제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